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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번역자의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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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 읽기 : 독서의 즐거움
 
같은 번역자의 책을 읽는다.
 
일본의 번역가 쓰지 유미는 《번역사 오디세이》에서 “국가는 뛰어난 작가 모두에게 시간의 일부를 외국 걸작의 번역에 쏟아 붓도록 강요해도 무방하다”라는 도발적인 언사를 던졌던 앙드레 지드가 22년 동안 《햄릿》을 번역했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지드는 《햄릿》의 번역에 각별한 정성을 들였다. 그의 일기를 읽어 보면 다른 작품의 번역의 경우는 아주 간단히 언급한 반면 《햄릿》에 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거의 탄식을 토한다. 지드는 1922년 7월 11일의 일기에서 《햄릿》 제1막 번역을 끝냈다고 적은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몇 페이지 안 되는 분량인데 하루에 너덧 시간씩 꼬박 3주가 걸렸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난제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좋은 프랑스어를 쓰려면 셰익스피어에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피해야 한다. 특히 《햄릿》이 그런 것 같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1922년 7월 18일 마르탱 뒤 가르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지드는 《햄릿》의 번역을 중단했다고 털어놓는다. 1942년 5월 5일 일기에서 지드는 《햄릿》 번역을 재개했다고 적었는데, 그가 번역한 《햄릿》이 출판된 것은 1944년의 일이다.
앙드레 지드의 서문에는 셰익스피어를 번역하면서 그가 느낀 고충이 담겨 있다. 지드는 셰익스피어의 문장이 프랑스어로 옮기기 얼마나 힘든지 강조한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서로 포개어지면서 아우성치는 이미지의 풍요함 때문이고, 프랑스 사람들의 글에서 어김없이 발견되는 논리적 연결성에 대한 강박 관념이 거의 없기 때문이며, 아름답게 수놓아진 무늬 가운데 어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프랑스어로 옮기려다 보면 지나치게 설명조로 흘러서 시적 리듬감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읽는 데 1시간 남짓이면 족한 《햄릿》 번역에 22년을 바친 앙드레 지드에게서 번역자의 집념이 느껴진다. 번역은 언제나 이런 집념의 소산이요, 그런 면에서 번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전문적인 작업이다.